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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알아보기/내가 생각하는 임영웅

한참 지난 임영웅 콘서트 관람기 1

by 써니-10 2024.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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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노래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싶어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티켓팅을 하고 

스케줄을 조정하고 

먼거리를 마다않고 달려갈 수 있다는건 

분명 대단한 열정입니다. 

 

살면서 이런 열정이 나를 움직였던건 

딱 두 번입니다. 

아니, 두 명의 가수입니다.

 

<출처 : 물고기뮤직 제공>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쩌렁쩌렁한 가창력의 여가수를 

마냥 좋아하던 청소년 시절이 처음,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예의바른 청년 임영웅 때문입니다. 

 

사실 나는 장기 해외출장이 많아서 

온 에너지를 쏟으며 콘서트 현장을 순회하는 

다른 영웅시대 분들 만큼은

열정을 쏟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국에 있을 때와 시기가 맞다면 

무조건 그 유명한 피켓팅에 도전하고 봅니다. 

 

그렇게 해서 그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은건 

두 번입니다. 

한번은 서울에서 있었던 TOP6 콘서트 때, 

그리고 두번째는 대전까지 달려갔던

그의 단독 콘서트입니다. 

 

 

TOP6 콘서트!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말을 꺼내기도 무안한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받았던 감동과 느낌은 

지금도 기억에 또렷합니다. 

 

우선 콘서트장으로 가던 길의 스케치를 묘사해 봅니다.

저의 집에서 콘서트장까지는 다행히 가까운 거리라 

버스 한 번 타고 갈 수 있었습니다. 

당시는 영웅시대 공식 티셔츠가 없어서 

저 나름대로는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깨끗한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버스를 탔습니다. 

 

이 정도면 임영웅 팬으로서 

어느정도 예의는 갖추었다고 자부하며 

가슴 펴고 콘서트장으로 이동해 갔습니다. 

 

가는 도중 세 군데 정도의 정류장에서 

누가 봐도 임영웅 팬들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한 명, 두 명 같이, 그리고 또 한 명. 

그들은 그당시 비공식적이지만 공식적인 

티셔츠를 기본으로 입고 있었고

하늘색 머리띠, 하늘색 가발, 

하늘색 가방, 하늘색 응원봉까지...

거리 및 버스 안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너무 행복한 표정이었습니다. 

 

이정도 하늘색이면 나도 영웅시대야라고 자부하던 

내 하늘색 티셔츠가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었습니다. 

 

콘서트장이 있는 정류장에 내려서니 

각종 굿즈를 팔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들뜬 표정의 하늘색 인간들, 

여기저기 걸려있는 TOP6의 사진들,

그 중 유독 줄서서 기다리며 사진 찍는 

하늘색 인간들.  

 

콘서트장 안은 더 했습니다. 

내가 잡은 자리는 겨우 2층 구석자리였지만

덕분에 콘서트장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수 천명의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어림잡아 80%는 하늘색 인간들이었습니다. 

와! 이 정도라고!!

 

비록 내 행색은 영웅시대라고 입밖에 내기 

민망한 차림새였지만 

내가 선택한 가수의 진가를 확인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출처 : 물고기뮤직 제공>

 

 

임영웅의 진가는 콘서트가 시작된 이후 

진짜로 드러났습니다. 

콘서트를 위해 지어진 건물이 아니다보니 

음향 상태가 별로 좋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2층 높은 자리에 있으니 

마이크 소리가 작고 울려서 

각자 한 명씩 무대에 설 때는 

명확한 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임영웅은 달랐습니다. 

그 좋지 않은 음향 상태에서도 

그의 목소리의 진동이 귀에 와서 꽂히듯 들렸습니다.

 방송에서는 모든 가수의 소리값이 거의 비슷하게 들렸었는데 

실제 현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저 멀리서 들렸습니다. 

저 가수는 목소리가 커서 현장에서 들으면 어떨까 싶던 가수도 

현장에서는 그 특유의 독특한 창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방송국은 영상을 송출하기 전 

소리 크기를 균일하게 맞추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에 문외한인 저의 추측입니다. ^^

 

어쨌든 그 날의 생귀로 들은 임영웅의 목소리는 

조용한 충격이었습니다. 

청소년 시절, 현장에서 들으면 그야말로 쓰러질만한 

그 여가수의 목소리 이후 

오랜만에 가져보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주변에 앉은 분들은 거의 영웅시대였는데 

바로 뒤에 앉은 두 분이 어찌나 수다로 팬심을 표현하던지

살짝 짜증이 날뻔도 했지만 

두 손을 귀에 대고 뒤에서 쏘는 수다를 막으니 

오히려 앞 저 멀리서부터 전달되어 오는 

임영웅의 가슴 떨리는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서 

나름 견딜만 했습니다. 

 

이것이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임영웅과의 첫 대면입니다. 

가까이서 얼굴을 본 것도 

손을 뻗어 그의 온기를 느껴본 것도 아니지만 

그의 목소리의 진동과 따뜻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한 공간 안에서의 대면 말입니다. 

 

- 다음 이야기는 2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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